좋은글 그리고 아름다운 시(詩)

건망증-이해인 수녀님의 시

낚시여행 2017. 11. 20. 16:22

 

건망증

 

 

금방 말하려고 했던 것

 

글로 쓰려고 했던 것

 

잊어버리다니

 

 

 

 

너무 잘 두어서

 

찾지 못하는 물건

 

너무 깊이 간직해서

 

꺼내 쓰지 못하는

 

오래된 생각들

 

 

 

하루 종일 찾아도

 

소용이 없네

 

 

 

헛수고했다고

 

종이에 적으면서

 

마음을 고쳐먹기로 한다

 

 

 

 

이 세상 떠날 때도

 

잊고 갈 것을

 

두고 갈 것을

 

 

 

 

너무 많을 테니

 

미리 작은 죽음을

 

연습했다고 치지뭐

 

-이해인-